제목이 좀 자극적인지도 모르겠지만.. 있는 그대로입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저는 직장인이고, 남자친구는 같은 회사 선배로 사내커플입니다.

저희 회사는 사내연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기때문에 다들 연애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요 며칠 일어난 일에 대해 너무 답답하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데..

회사 친한 동료들한테 말할 순 없고..

중,고,대학교 친구들한테 말하자니.. 창피하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이렇게 얼굴모르는 분들께 조언을 얻고자 합니다.

 

이제 본론입니다.

남친은 전여친과도 사내커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전여친은 저의 회사선배죠.

 

아무래도 껄끄러운 사이지만 전여친과는 제가 입사하기 전에 만나 입사하기 전에 헤어졌고,

그런 전여친의 존재를 알고 만나기 시작했던 터라 크게 문제되진 않았었어요.

 

근데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두 사람은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이런 저런 모임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밖에 없었어요.

보통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였지만, 제 맘은 불편했죠.

 

그리고 몇 번인가 남친에게 불편하다 말했고 싸움이 되기전에 항상 안심시켜주던 남친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동아리모임이 있다는 남친..

그리고 자신과 전여친때문에 매번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하는 눈치라며

이번 술자리에서 편하게 이야길 나눠보고 싶다고 슬며시 이야기하더군요.

 

그동안에는 술자리에서 만나도 따로 인사를 하거나 얘기를 하거나 그렇진 않았었어요.

 

저는 이해가 안됐습니다.

두 사람이 꼭 편해져야하는 사이도 아닐뿐더러.. 그것도 다른 사람들때문이라니..

남친은 제 생각은 조금도 안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나 그렇듯이 그 동아리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가 없는 자리에서 둘이 이야기를 한다는게

회사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보일지 걱정이 되어 꼭 그래야하는지 되물었죠.

 

남친은 저를 어르고 달래며

자신때문에 동아리활동은 거의 못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자리만 나오는 전여친이 신경쓰이고 불편하다며..

딱 한번뿐이니 이해해달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이해할 수 없었기때문에 여러 번 이야기를 하다.. 이래저래 지쳐서

알아서 행동하라고 하고 이야길 끝냈죠.

 

그리고 동아리 모임날.

술을 마시면 집에 안들어가고 마지막까지 달리던 남친이었기에

저는 12시쯤 잠을 자기 전에 톡을 했죠.

나 잘거니까 너무 늦지않게 들어가라는 내용의..

금방 잠이 안들어 뒤척이고 있는데 답장이 옵니다.

알겠다고..걱정말라고..

 

다음날. 토요일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면 항상 끝까지 달리던 남친이고, 첫차타고 집에 들어가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던 남친이었지만..

그날따라 아침 일찍 연락이 오더니 만나잡니다.

 

항상 하루 이틀 전에는 약속을 잡아왔고, 당일 날 데이트 약속을 잡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외출 준비를 하고 약속장소에 나갔습니다.

 

특별히 다른 날보다 더 다정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왠지.. 제 눈을 잘 보질 못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밥을 먹고, 다른 데로 이동하기 위해 남친 차에 탔어요.

갑자기 할 이야기가 있답니다. 저는 그때부터 겁을 먹었어요.

아무 생각도 없던 저는 헤어지자는 건가? ... 라는 생각만 막 들었고

겨우겨우 입을 연 남친은 ..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는 게 덜 충격적일 것만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제 손을 꼭 잡더니

어제.. 전여친이랑 이야기를 했다.

동아리 사람들이 1시쯤 되니까 다 집에 들어가서 어찌하다보니 둘만 남았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3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더치하자니 좀 웃긴거 같아서 술값은 남친이 계산하고 그러고 나니 돈이 없었다.

(술마실 때 자주 지갑을 잃어버려서 항상 회비와 약간의 비상금만 가지고 술자리에 갑니다.)

 

그래서 택시를 못타니까 첫차 다닐 때까지만 버텨야지 하는데

요새 날씨가 추워서 전여친네 원룸에 들어가게 됐다.

 

여기까지 듣는데 손을 잡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을 뿌리쳤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고 시선은 멍해지고 ..

 

가만히 있으니 이어서 이야길 합니다.

 

정말 미안하다고.. 아마 그 때 술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혹시 전여친이 누구가한테 얘기해서 돌고돌아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듣게될까봐

자기가 먼저 말하는거라며.. 정말 미안하다고합니다.

 

순간적으로 ‘그래도 눈꼽만큼의 양심은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아주 약간이었지만, 누그러진 제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제 손을 조심스럽게 잡은 남친은 조금 더 어필해서 용서를 받을 생각이었는지 쉬지 않고 이야기합니다.

 

그냥 잠만 잤어.

자취방이 좁아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졸려서 꾸벅꾸벅 졸았고 그러다가

침대 양 끝에 누워서 등돌리고 잤어.

혹시 내가 술에 취해서 무슨 짓할까봐 손만 꼭 잡고 잤어.

 

이건 또 뭐죠...

다시 손을 뿌리쳤습니다.

저는 그냥 자취방에서 시간을 떼운 게 다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양쪽이건 뭐건 침대? .. 등돌리고 잤다구요?

혼자사는 작은 원룸에 얼마나 큰 침대가 있었길래 양끝일까요?

무슨 짓할까봐 손만?

우스갯소리로들 하는 손잡으면 안고 싶고, 안으면 키스하고 싶다는 얘기 .. 떠오릅니다.

아주 애틋하죠..등돌리고 손만잡고.. 상세히 얘기해줘서 머릿속에 .. 그림이 그려집니다.

 

...다른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까봐 먼저 이야기하는 거라던 그 순간까지는

남친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다음 순간의 이야기들이 저를 너무 비참하게 했고..

그냥 잠만 잤는지.. 아닌지.. 어느 순간 의심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뭐가 어쨌건 그건 둘만이 아는 사실이고,

남친한테 물어봤자 아니라고 할거고.. 그렇다고 그 전여친한테 따지자니

제 꼴이 너무 우습고 비참했어요..

 

저는 말없이 차에서 내렸고 남친은 따라내려 멍하니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도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다가.. 택시를 잡아서 탔고

남친은 계속 전화를 해대는데..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이 감정으로는 묻고 싶은말, 하고 싶은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아 전화를 무시했습니다.

 

솔직히..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아직 둘 다 결혼하기엔 어리구요..

사귀다가 정말 잘 맞는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진행됐겠지만 아직은 아니었어요..

 

그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내가 너무 푹빠져 꼭 이 사람하고 결혼하겠다라는 결심을 하지 않았던 것 만으로도 .. 바보같이..

 

저 일이 벌써 며칠 전 일입니다.

연락이 계속 오는데 .. 저는 계속 피하고 있구요.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제가 더 바보같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미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만나면 모른 척 지나칩니다.

회사 친한 동료들은 그냥 싸운 줄 알고 얼른 화해하라는데 ..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한 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헤어지는게 혹시 남친과 전여친이 진짜 바라는 일은 아닐지..

별의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아, 전여친과도 한 번 마주쳤어요.

전여친에게 평소처럼 “안녕하세요.” 아니까 좋은선배웃음 띄며 “안녕”하네요.

전여친은 제가 그날 일에 대해 알고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속으로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죠.. 피해의식일지도 모르지만..

 

헤어지고 나서의 후폭풍도 두렵습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고..

어떻게 해야될까요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