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출신의 김초월.

1832년생으로 15살 나이에 왕에게 올린 2만 1천자의 상소문으로 유명하다.

용천의 관기 출신으로 동암 심희순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는 길에 보고는 첩으로 들인 여인이다.

1살 때 모친을 잃고 천애고아가 되서 10살부터 기생일을 했던 그녀는 첩으로 들어간 15살의 나이에 상소를 올리게 된다.

이유는 고관의 첩이라는 이유로 자기에게 내린 숙부인(정3품 당상관의 정실부인에게 내리는 칭호) 작첩을 받아서 거둬 달라는 것이었다.

숙부인 칭호는 사족의 출생들이나 받는 것이지 천출인 자신에게 내린 것이 말도 안되고, 자긴 딱히 뭔가 한 것도 없는데 받을 수 없다는 것.

문제는 그 이후의 글들이다.

가볍게 의역해서 줄여보겠다. 

"엎드려 원하노니 신의 죄를 결정지어 네 수레에 팔다리를 매어 찢어죽이는 형벌을 내려 종로 큰 길 위에 조리 돌려 만사람이 한 마디로 죽여 마땅하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도록 한 뒤에 서소문 밖에서 능지처참하여 만 사람의 칼머리 아래에 놀란 혼이 돌아보지 않게 하소서."

- 내가 말하는 게 좆 같으면 찢어 죽이쇼 

"제 남편 희순의 죄를 아뢰겠습니다. 재상의 손자이고 선비의 아들인 그는 사람됨이 미욱하여 가난한 사람을 업신여기고 무단히 타인을 냉대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옛글을 배우는 데에도 힘쓰지 않아서 보리와 콩을 구분하지 못하는 숙맥이 요, 고기 어자와 노나라 노자도 헷갈릴 만큼 무식합 니다. 지각이 없고 소견이 좁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밥통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릇에 담긴 밥이 높으면 생일인 줄 겨 우 알고 동녘에 해가 뜨면 날이 가는 줄 겨우 알 뿐입니다

- 내 남편 병신임.

"전하께서는 밤늦게 술을 마셔 눈이 게슴츠레하고 옷고름을 매지 못할 만큼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익선관도 벗어버리고 왼손으로 창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난간에 기대 서서 사대부집 조선 대사마 대장 군여기 있다라고 노래를 부르시니 전하의 출신이 사대부 집 안에서 난 분보다 못해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 너 술 쳐마시고 지랄하는 거 나한테도 들림.

"그년은 말이 간악하고 능란 해서 겉과 속이 달라 구미호나 다를 바 없고 말쑥한 때깔과 구슬같은 얼굴 향기로운 모습에 살포시 팔자 눈썹을 찡그리 고 앵두같은 입술이 반쯤 벌려져 석류같이 이를 내보이며 천태만상의 교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 니가 데려가서 애지중지 하는 기생 운희 나도 아는데 쩔더라?

"전하는 잘 모르시겠지만 운희는 남병철이 좋아하던 나머지이니 전하와 남병철이 동서가 되는 셈입니다."

- 근데 걔 니 신하 남병철이 먹은 애인건 알지? 왕이랑 신하가 구멍동서네? 이게 군신일체인가 뭔가냐?

"몰지각하고 분별없는 풋나기들을 총위영 교졸로 뽑아 한 달 에 대여섯 번씩 진 치는 놀이를 하십니다. 전하께서 스스로 대장이 되고 서의순을 부장으로 삼고 이흥식으로 중군을 맡 게 해서 깃발과 창검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이고 말 달리는 소리와 다투는 소리가 궐문 밖에까지 들립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뭐라고 하시는지 아십니까? 이번엔 전하께서 이기셨다는군. 근데 무슨 전쟁을 한거지? 병자호란이야, 아니면 임진왜란 이야?"

-  나라 꼴 개판인데 쓸데 없는 병정놀이는 왜하고 지랄임?

"그런데 남대문 밖 한림원에 두 처녀가 있는데 언니는 나이가 마흔이나 되고 동생은 서른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대신 김 아무개의 현손녀인데 조실부모하고 남자 형제나 일가친척, 외가의 겨레붙이도 없어서 무너진 세칸 초가집에서 비바 람도 가리지 못한 채 살고 있는데 시집도 가지 못했다고 합니 다. 전하께서 혼처를 주선하게 해주시면 혼수는 신이 마련해 보겠습니다."

- 지랄 말고 노처녀들 혼처나 알아보는 게 국익에 더 도움 될듯? 아 돈 걱정되면 혼수는 내가 해줌.

대충 이런 내용의 상소가 숙부인 적첩을 받은 15살 기생에 의해 쓰여져 올라갔으나, 상소의 내용을 확인한 신하들에 의해서 상소는 올라가지 않고 사라졌다.

이 상소문은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안동 김씨의 필두이자 영의정까지 지낸 김병시의 집안으로 옮겨져서 보관되고 있다가 1972년에 공개 되었다.

15살의 기생 출신 처녀(전)의 정론직필이 천하의 세도가 안동 김씨마저 놀라게 만든 것이다.

참고로 이 상소문이 올려진 이후로 김초월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다.